너의 그림자가 되어 - [백도] A-ONE 1

[백도] A-ONE 1






A-ONE

 

W. Beth 베스

 

이 세상에는 전 세계가 평화를 추구하고 개인의 욕심과 본능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었으며 그러지 못할 경우 그와 관련된 법률을 만들어 나라의 기틀을 다듬던 과거가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전쟁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점점 범죄에 관대해질 때 인류는 큰 변화기를 거쳐 진화했다. 특정 세대 이후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적절한 기간이 되면 각자 포지션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이를 세계는 각성이라 명명했다. 각성을 할 경우 포지션에 따라 신체에 S 혹은 G라고 이니셜이 새겨졌고 점점 시간이 흐르며 그 포지션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 S를 새긴 사람은 센티넬이라, G를 새긴 사람은 가이드라 칭한다. 이 둘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일반인인에 해당한다. 수준 높은 능력을 가진 센티넬의 경우 국가에서 관리하고 국가의 자산이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센티넬은 각 나라에 있는 센티넬 컨트롤 센터. 현재는 SCC로 더 잘 알려진 본부에서 각자 본인에게 필요한 훈련에 임한다. 가이드는 폭주한 센티넬을 가이딩 하는 역할로 본부에서 조금 더 센티넬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가이딩 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센티넬과 가이드 중 순수혈통은 보통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체내에 강력한 방어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만 가이드를 만나 각인을 하는 절차가 일반 센티넬과 가이드보다 복잡하다. 또 이중각인을 할 수 있으나 이는 가이드에게 엄청난 체력과 고통을 요구한다. ]

 

아직도 센티넬과 가이드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센티넬과 가이드의 탄생과 같은 인류의 진화 또한 그 시발점부터 한참 지나온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센티넬의 능력이 모두 같은 수준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특출나게 뛰어난 트리플 S급의 센티넬, 전 세계 랭킹 TOP3에 드는 센티넬이 있다. 미국의 벡과 텐, 한국의 오세훈은 전 세계에서 인정 받은 센티넬이지만 능력이 강한 만큼 맞는 가이드를 찾기 힘들어 텐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가이드를 찾아 각인하지 못한 상태로 며칠 후에 있을 가이딩 테스트에서 벡의 가이드를 선별할 예정이다.

 

****

 

경수는 한국 본부에 있는 가이딩 테스트에 최종 합격한 한국 대표 가이드로 현재 미국 본부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파트너이자 오너가 될 벡을 만나기 전 느끼는 긴장은 불가피했다. 공항에 준비되어 있는 차를 타고 가는 길엔 약 14시간의 비행으로 지킨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약간의 수면을 취했다. 깜빡 잠이 든건지 눈을 뜨니 어느새 미국 본부에 도착했고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본부 최상층에 도착한 후 문이 열리자 꽤 경비가 삼엄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장소엔 안락한 공간이 제공되어 있었고 따듯한 차와 간단한 간식거리도 구비되어 있었다. 따듯한 물을 커피포트에 올린 경수는 창문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차,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호수의 맑은 물, 그 옆을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 또 다른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퍼주는 장사꾼까지. 띡 소리와 함께 물이 다 끓었음을 알리는 커피포트 소리가 방 안에 고요하게 퍼졌다. 잠시 후 하나둘 각 나라에서 가이딩 테스트를 최종 통과한 가이드들이 도착을 했고 경수 또한 의자에 앉아 벡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


전 세계 센티넬 랭킹 1위를 빛내는 한국이름 변백현, 미국이름은 벡. 미국에서 부와 명예를 모두 휘어잡은 트리플 S급 센티넬인 백현에게는 아직까지 맞는 가이드가 없어 각인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능력이 뛰어나 컨트롤 능력도 좋아서 그런지 지금까지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폭주는 없었지만 언제 폭주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이드가 없는 것은 센티넬에게 꽤 위험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본부와 정부에서 내려온 지시입니다.”

 

내려온 지시를 물은 게 아니라 이유를 물었습니다. 하며 앞에 놓인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물을 한입에 털어 넣는 백현의 모습과 바른 대답을 놓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찢어죽일 백현의 눈빛은 가히 위협적이었다.

 

센티넬에게 가이드가 없는 건 위험합니다.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내 컨트롤 능력이 그렇게나 못미더운가? 각성 후로 여태껏 큰 폭주 한 번 않고 잘 지내왔는데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군.”

더 크게 일이 생기기 전에 예방책을 강구하려는 것입니다.”

 

그럼 잘 해보던지. 예쁘고 섹시한 가이드였으면 하는데 말이야 라며 백현은 의자에 걸쳐진 자켓을 둘러 입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대저택 앞에 대기시킨 차에 빠르게 올라탄 백현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에게 맞는 가이드가 있을 리 없다는 생각과 스킨쉽을 꺼려하는 백현에게 가이드를 뽑는 것도 영 탐탁지 않는데 이렇게 거창하게 사람을 모아놓고 찾는 방식도 퍽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였다. 장소에 도착한 백현은 곧이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마지막 층을 눌렀다. 투명유리의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기분 나쁘게도 정말 맑았다. 띵 소리를 내며 도착을 알리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안내원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자 금세 장소에 도착했다. 큰 문을 여니 가이드로 보이는 다섯명이 의자에 착석한 채로 각자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있었다.

 

벡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백현에게는 사실 다른 목적이 있었다. 보통 가이딩은 가이드와 센티넬의 접촉으로 이루어지는데 백현은 스킨쉽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간단한 접촉으로도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이드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차례로 악수를 하던 찰나 제법 단정하고 어려보이는 남자의 손과 백현의 손이 맞닿는 순간 백현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드는 호기심도 무시할 순 없었다.

 

예쁘고 섹시한 가이드였으면 했는데. 축하합니다. 앞으로 평생 꿈도 못 꿨을 부와 명예를 누리겠네요.”

“.....”

별로 기쁘지 않은건가?”

최선을 다해 가이딩 하겠습니다, 오너.”

멍청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군.”

 

이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밖을 나가는 백현의 뒷모습은 어이없게도 기가 막히게 섹시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경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본부에 보고하고 미국 본사로 이직할 생각에 눈앞이 아찔했다. 그 절차가 복잡하다는 사실도 한 몫 했지만 앞으로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어 자신의 얼굴과 이름 등 다양한 정보가 판을 치고 돌아다닐 거라는 게 가장 불만이었다. 물론 자신이 가이딩할 오너의 성격도 마찬가지였다.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밖에 깔린 기자들의 눈을 피해 빠르게 이동했다. 내일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 본부에 보고하고 미국에서의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온 대저택은 경수의 오너 벡의 저택이었다. 가이딩으로 선별 됐지만 정식 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벡과의 만남이 제지되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함은 벡의 지시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 경수였다. 어디로 발을 옮겨야할지 몰라 멀뚱멀뚱 서있으니 자신의 방에서 나온 벡이 경수의 손에 들린 캐리어를 가져다 놓으라고 집사에게 지시했다. 집사를 향해 고개를 꾸벅이며 캐리어를 맡긴 경수는 이 어색한 정적을 어서 깨고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경수의 손을 잡아끌고 소파에 앉히는 벡에 의해 처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꽤 실력이 좋은 가이드인가봐. 이렇게 잠깐의 접촉으로도 기력이 회복되는 걸 내가 느낄 정도면.”

평소에 오너께서 접촉하시는 거 싫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새 별 걸 다 듣고 왔네. 그럼 내 소개는 필요 없는건가?”

“......”

얼른 들어가서 쉬고싶어하는 표정인데 안타깝게도 난 너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한 상태라서.”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트리플 S급 센티넬의 가이드를 선별하는 데 최종적으로 올라온 후보에 대한 어떠한 신변도 파악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경수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첫날부터 대뜸 말을 받아쳤다가 오너와의 사이가 틀어지는 건 가이드에게도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딜런 입니다. 한국이름은 도경수. 나이는 올해 스물넷입니다.”

굳이 미국에서 본인의 한국이름을 밝히는 이유는?”

오너께서도 한국이름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백현은 그런 경수가 꽤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간 사람은 꽤 있었으나 백현의 호기심에 부응하는 이는 몇 없었기 때문이었다. 찻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백현은 이내 못마땅하단 표정을 하고 있는 경수를 발견하고 경수를 관찰하는 걸 관뒀다.

 

오너께서는 제가 예쁘고 섹시한 가이드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봅니다.”

나는 딜런이 예쁘고 섹시한 가이드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

모쪼록 잘해봅시다. 딜런

“Yes, Owner. 그럼 먼저 올라가봐도 되겠습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을 뒤로하고 경수는 빠르게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넓고 공허한 거실에는 백현의 작은 고요한 웃음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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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짧은 이유는 경수와 백현이 사이에 살벌한 기류만을 담고 싶어서라고 생각해주세요 :D 많이 부족하지만 수정하여 1편 업로드 했는데 문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개에 맞춰진 제 픽션이 독자님들 취향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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